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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군에서 신안군까지 이어지는 54㎞의 154kV(킬로볼트) 송전망. [사진=기후에너지부]](https://cdn.joongangenews.com/news/photo/202608/541952_347916_1757.jpg)
정부가 계절에 따라 송전선로의 송전용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겨울철처럼 기온이 낮을 때 기존 송전선로로 더 많은 전력을 보내 전력망 활용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도 설비용량 전체가 아닌 실제 송출량을 기준으로 전력망 접속을 허용하는 방안을 시도한다. 송·변전망 건설 지연으로 전력망 포화가 심화하자 신규 송전선 건설과 함께 기존 전력망의 '숨은 용량'까지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23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9월부터 일부 송전선로를 대상으로 '계절별 송전용량'을 시범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전선로에는 안전하게 전력을 보낼 수 있는 최대 용량이 설정돼 있다. 전선에 전류가 흐르면 열이 발생하는데 전선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전선이 늘어져 처지거나 손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송전용량을 결정할 때는 전류로 발생하는 열뿐 아니라 주변 기온과 풍속, 일사량 등 외부 환경도 고려한다. 현재 국내 전력망은 '기온 40도·풍속 초속 0.5m·일사량 0.1W/㎠'라는 불리한 환경을 가정해 산정한 송전용량을 사계절 내내 동일하게 적용하는 '정적등급(SLR)'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실제 기상환경이 계절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여름철 폭염을 가정해 설정한 송전용량을 한겨울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면서 기온이 낮은 계절에는 실제 전선이 감당할 수 있는 송전 여력이 남아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계절별 송전용량 또는 계절등급(SAR)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계절별 기상 여건을 반영해 송전용량을 각각 산정하기 때문에 기온이 낮은 겨울에는 별도의 송전선로를 건설하지 않고도 기존 선로로 더 많은 전력을 보낼 수 있다.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전기학회 논문지에 게재된 '가공송전선의 동적송전용량(DLR) 적용 시 열적제약 완화 효과에 관한 연구'에서는 SAR 적용 시 송전선로 부하가 정격용량의 120%를 넘어서는 과부하가 30~4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철원~화천 송전선로에 SAR 방식을 적용한 결과 겨울철 송전용량이 최대 1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는 기온과 풍속 등 기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송전용량 자체를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동적송전용량(DLR)' 도입 필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기존 전력망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배경에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빠른 증가와 송·변전망 건설 지연이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발전설비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생산된 전력을 수요처까지 운반할 전력망 확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계통 접속 여력이 부족해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서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송·변전 설비 사업 54건 가운데 30건인 56%가 계획보다 지연될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변화도 기존 송전용량 산정 방식을 재검토해야 할 변수로 떠올랐다. 현재 송전용량 산정에 적용되는 기준 기온 40도는 1971~1999년 전국 72개 지역의 최고기온을 분석해 당시 최고 기록인 1977년 대구 39.5도에 일정 수준의 안전 여유를 더해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여름 경남 양산의 기온이 42.5도까지 치솟으며 국내 근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12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40도를 넘어서는 폭염이 현실화하면서 기존 기준을 둘러싼 재검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송전선로 활용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전력망 접속 방식도 바꾼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에너지 출력 기준 유연 접속 제도'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현재는 태양광 등 발전설비를 전력망에 연결할 때 해당 발전소의 전체 설비용량만큼 계통에 여유가 있어야 접속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설비용량 20MW 규모의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전력망에도 원칙적으로 20MW를 수용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실제 발전량이나 시간대별 전력망 상황과 관계없이 최대 설비용량을 기준으로 접속 여부를 결정하는 셈이다.
정부는 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해 전력망 여유 용량에 맞춰 발전소의 실제 송출량을 조절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발전설비가 20MW더라도 전력망에 여유가 있는 만큼만 전기를 보내도록 출력을 제어할 수 있다면 접속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전력망으로 보내지 못한 전기는 ESS에 저장한 뒤 태양광 발전이 불가능한 야간이나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활용할 수 있다. 신규 전력망 건설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재생에너지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간헐성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발전량과 전력망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출력을 제어해야 하는 만큼 초기 시범사업은 참여 발전사업자를 모집해 해당 사업자가 전용으로 사용하는 선로를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가기간 전력망을 새로 건설하는 작업과 기존 전력망의 효율을 높이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신규 송전선로를 건설하기에 앞서 기존 선로와 통합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는 등 전력망 건설 규모를 줄이는 방안도 내놨다.
이를 통해 국가기간 전력망 구축에 필요한 신규 송전선로 연장을 기존 계획인 2169㎞에서 최소 1200㎞ 수준으로 45% 줄이고, 송전탑 역시 당초 계획한 4723기에서 2509기로 46% 감축한다는 구상이다.
전력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춰 전력망 확충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송전선 건설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지역 수용성 문제까지 반복되는 만큼 기존 전력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도 향후 전력망 정책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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