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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금융지원의 역설 “국산 셀 밀다 모듈업계 전체가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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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빛에너지 조회6회 작성일 26-07-0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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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공단이 신규 공고한 태양광 시설자금 지원대상 적합성 검토 기준에 포함된 '국내 재생에너지산업 공급망 안정성 및 제조기반 기여도' 항목. [제공=한국에너지공단]

정부가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놓은 금융지원사업 개편안이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새 평가기준이 사실상 국산 셀 사용을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설정하면서다.

업계는 국산 셀 확대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준비기간과 세부 기준 없이 갑작스럽게 제도를 도입하면서 국내 모듈 제조사 상당수가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우려 속에 국내 모듈 제조사들은 공동 건의문을 마련하는 등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논란의 발단은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 6월 24일 발표한 ‘2026년 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추가공고’다. 2200억여원의 추가경정예산 확보와 함께 마련된 이번 공고는 태양광 시설자금 지원대상 적합성 검토기준에 총 40점 배점의 ‘국내 재생에너지산업 공급망 안정성 및 제조기반 기여도’ 항목을 신설하고, 총점 70점 이상을 받아야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합격 하한선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기여도 40점이 사실상 국산 셀 사용 여부를 우대하는 항목으로 설계될 가능성에 있다.

현재 기존 탄소배출량 2등급(655kgCO₂/kW 이하)을 충족하면서 동시에 국산 셀을 사용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산 셀을 사용하지 않는 대부분의 국내 모듈 제조사는 산업기여도 40점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 경우 국내 모듈 제품은 사실상 금융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해당 규정은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 심사 당시 국회가 재생에너지 예산이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부대의견을 채택하면서 추진됐다. 약 6000억원 규모의 기후에너지환경부 추경 예산 가운데 상당수가 재생에너지 보급 예산으로 배정되면서, 예산 집행에서도 국산 셀·모듈·인버터 등 국내 공급망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국회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금융지원 사업 참여 기업 수가 금감할 경우 정부가 제시한 태양광 보급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산업기여도’의 개념이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국내 인력을 고용하며 국내 설비에 투자하는 제조 활동 역시 산업기여에 해당하지만, 이를 셀 원산지 하나로 판단하는 것은 정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무엇보다 정책 시행 방식에 가장 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제조사가 해당 제도에 대응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모듈 제조사는 셀을 변경할 경우 생산라인 검증과 신뢰성 시험, 제품 인증, 탄소인증 등을 다시 받아야 해 통상 8~10개월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면 이번 공고는 별도의 유예기간이나 단계적 적용 없이 즉시 시행된다. 더욱이 국내 셀 생산 기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중소·중견 모듈 제조사들이 단기간 내 국산 셀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A 제조사 관계자는 “셀 공급 의향을 확인한 것과 실제 제품을 양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셀이 바뀌면 제품 설계부터 인증까지 다시 받아야 하는데 이런 준비기간조차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B 제조사 관계자는 “인증 비용을 들여 제품을 새로 개발했는데 셀 가격이 예상보다 높거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투자비만 날릴 수 있다”며 “일부 기업에게만 유리한 시장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도 설계 과정에서 일부 셀 제조사와만 공급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기준을 마련한 점도 절차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셀 공급처가 제한적인 만큼 사실상 독과점 구조 속에서 왜곡된 공급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경우 현재 제조사들이 생산 중이거나 재고로 보유 중인 ‘외산셀+국산 모듈’ 조합 제품은 판로 확보가 불가능해진다. 기업으로선 일순간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B 제조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대한 파악 없는 즉각 적용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경쟁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출발선을 옮겨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평가기준의 불투명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산업기여도 40점의 세부 평가기준은 물론, ‘매우우수·우수·보통’ 등 등급별 판단기준 역시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주와 제조사 모두 사업성을 사전에 계산할 수 없는 ‘깜깜이 평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금융지원사업을 기점으로 향후 모든 지원사업에 동일 기준이 일시에 적용될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건물지원사업과 융복합지원사업, 올해와 내년도에 시행될 장기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등에도 같은 평가기준이 확대 적용되면서 사실상 정부 태양광 지원정책 전반의 표준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 제조사 관계자는 “이번 기준이 표준으로 굳어지면 국내 중소·중견 모듈 제조사 전반이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정책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국산 셀 사용으로 모듈 가격이 상승하면 금융지원사업을 이용하려는 사업자가 줄고 오히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일반 시장에서 저가 중국산 제품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보호를 위해 만든 제도가 금융지원사업 자체를 위축시키고 국내 모듈 제조사의 시장만 축소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업계는 공동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하고 산업기여도 평가방식 개선과 유예기간 부여, 세부 평가기준 공개 등을 요구하는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국산 셀을 활용한 고탄소 경쟁력 제품은 별도의 고부가 시장으로 육성하고, 외산 셀과 국내 모듈을 활용하는 기존 시장은 배점제를 통해 공존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산업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A 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의 기술적 준비와 시장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제도가 먼저 앞서가고 있다”며 “정책 방향보다 정책 설계와 이행 과정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준비기간과 인증 문제 등 업계 애로사항을 전달받아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국산 셀 우대 방향은 유지하되 배점 등 구체적인 기준은 업계 의견을 수렴하며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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